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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色 지울수록 잘 팔린다”…건설사 회사채 흥행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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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6. 02. 17. 06:00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새해 회사채 수요예측 각각 흥행
현대, 1700억원 예측서 9100억원 주문
SK에코도 1500억원 조사서 1조210억원 끌어모아
원전·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과 반도체 사업 경쟁력 고평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연합뉴스
새해 들어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나란히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주택 등 본업보다는 에너지·반도체 같은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라는 점에서, '건설색'을 옅게 할수록 오히려 회사채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역설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1일 실시한 1500억원에 대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약 7배 많은 총 1조21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1년물 300억원 모집에 1720억원, 1.5년물 500억원 모집에 3550억원, 2년물 700억원 모집에 4940억원이 각각 몰린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지난 13일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시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노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202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그룹 내 반도체 소재·가스 관련 기업을 잇달아 자회사로 편입했다. 기존 환경·플랜트 중심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중심 사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점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1일 17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ESG채권)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91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700억원 모집에 2800억원, 3년물 700억원 모집에 4900억원, 5년물 300억원 모집에 1400억원이 몰렸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적용한 녹색채권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원전·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주택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부문을 통한 중장기 성장 동력을 내비친 점이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역시 회사채 발행 규모를 3300억원으로 1600억원 증액했다.

이들 기업은 본업인 주택 대신 에너지·반도체 등 신사업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며 회사채 흥행에 성공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주택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건설색'을 옅게 할수록 오히려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역설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택' 사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건설사의 경우 회사채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대형사인 롯데건설은 지난해 6월 실시한 회사채 수요조사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한 이후 공모 회사채 발행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후 신종자본증권과 CP 등으로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부담 등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이미 위축된 상황"이라며 "본업인 주택 외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느냐에 따라 자금 조달 여건도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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