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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의도 한양 재건축 내홍 불거지나…운영위 ‘무선거 연임’ 추진에 일부 소유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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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5. 20. 13:49

24일 전체회의서 연임안 상정…찬반 서면결의서 사전 발송
"롯데슈퍼 부지 고가 매입 논란 등…연임 자격 없어"
운영위는 도정법 관리주체 아냐…견제 장치 미흡
"목동·1기 신도시서 신탁 방식 '붐'…유념해야"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에 오는 24일 열리는 '사업시행계획수립을 겸한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전원준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운영위원장의 '자동 연임' 추진을 둘러싸고 일부 소유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비사업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가 당초 10월로 예정된 운영위원장 및 임원 선거를 생략한 채, 이번 주말 열리는 사업시행인가 총회에서 현 임원진의 3년 연임 안건을 찬반투표로 처리하려 해서다. 이에 소유주들은 운영위가 선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2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운영위는 오는 24일 '사업시행계획수립을 겸한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열고 제5호 안건으로 '운영위 임원 연임의 건'을 상정 및 의결할 예정이다. 운영위는 원활한 의결을 위해 소유주들에게 임원 연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서면결의서를 우편으로 발송한 상태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신탁방식 재건축 단지다. 조합 방식과 달리 신탁사와 운영위가 사업 전반에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운영위는 시행규정 제13조 제3항의 '임원의 임기는 선임일부터 3년으로 하되,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연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연임 안건을 직접 상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소유주들은 총회에서의 찬반투표만으로 연임을 결정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연임이 가능하다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며, 소유주들이 원할 경우 공개적인 후보 등록과 선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지 곳곳에 '자동 연임 반대'와 '선거 실시 촉구'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거는 등 공론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의도한양아파트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과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각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임원 연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서면결의서./독자 제공
이 같은 반발의 배경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깔려 있다. KB부동산신탁과 운영위는 2023년 6월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사 입찰 공고를 올려 서울시의 지적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단지 내 롯데슈퍼 부지를 입찰공모 지침서에 포함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후 KB부동산신탁과 운영위는 롯데슈퍼 측과 협상을 통해 1482㎡ 부지를 898억원에 매입했으나 '고가 매입'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임대주택 증가와 일반분양 감소도 소유주들의 불만을 키운 요인이다. 2023년 최초 공개된 정비계획 공람안과 비교해 총 가구 수는 956가구에서 999가구로 늘었지만, 일반분양은 847가구에서 835가구로 12가구 감소했다. 반면 임대주택은 109가구에서 164가구로 크게 늘어나, 재산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소유주 A씨는 "롯데슈퍼 부지 고가 매입, 일반분양 축소 등으로 소유주들의 재산권이 이미 침해된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인상 이슈가 잇따른 데 따라 추가 분담금 우려까지 있는 만큼 운영위의 투명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위의 자동 연임 추진을 두고 법적 해석상 다툼의 여지도 제기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전체회의 사전 고지 및 서면결의서를 통한 정족수 충족 등 절차가 올바르게 진행된다면 연임도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지훈 비욘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 투표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실질적인 강행 규정 위반"이라며 "운영위 시행규칙 제13조 제11항의 '전체회의 상정안건의 심의·결정' 및 '내부 규정 제·개정' 조항에 근거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일부 소유주들은 전체회의 전까지 기존 현수막 외에도 내용증명 발송, 단지 내 안내문 부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론화를 진행해 반대 의견을 규합하고, 전체회의 당일에는 정식 선거를 통한 운영위원장 및 임원 선출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장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사업 지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부담은 결국 소유주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소유주들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신탁방식 정비사업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신탁방식은 전문성과 신속성 면에서는 강점이 있으나, 사업시행 권한이 신탁사에 집중돼 소유주들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탁 방식에서 운영되는 정비사업위원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명시된 공식 기구가 아닌 만큼, 조합 방식에 비해 소유주들의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조합 대신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소유주들은 신탁사 및 운영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며 "관리·감독 전문가 고용이나 의견 수렴 창구 마련 등 자율적인 감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여의도, 목동,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지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확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 단지 소유주들도 신탁 사업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20일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곳곳에 정비사업운영위원회의 찬반 투표를 통한 연임을 반대하고 선거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전원준 기자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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